나에게 너무 의지하고 투정을 부린다고 느껴져서 거리를 두고 있는 친구들이 있다.
그 친구들에게 끌려다닌다고 느껴져 미웠다. '이제 끌려다니지 않을거야!'라고 생각하며 그 친구들이 만나자고 연락하는 것을 모두 거절했다. 그러면서 거절했다고 뿌듯해 했었다.
며칠 전 산책을 하는데 그런 친구 중 한명에게 또 연락이 왔다. 이번에도 바쁘고 피곤하다며 거절했다. 그런데 문득 '내가 잘 하고 있는 걸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지금까지 거절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갑자기 이건 정확히 내 마음을 표현하는 것이 아니라 핑계를 대고 있는 것이라고 느껴졌다.
나에게 투정을 부리는 친구들이 많다는 것은 내가 그것을 지나치게 받아주고 싫다는 표현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그것을 선택해 놓고 이제와서 힘들다고 느껴지니 그 아이들 탓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무책임하게 느껴졌다. 그 친구들이 나에게 '누가 날 힘들게 해. 누가 이래서 짜증나'라고 흉을 볼 때 난 그것을 들어주면서 '앞에서는 말도 못하면서 뒤에서만 말이 많은 비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었다. 내가 혐오했던 그 행동을 내가 하고 있었다고 생각하니 놀랍기도 하고 내 자신이 한심하게 느껴져 자존심도 상했다.
그래서 그 친구를 만나서 이런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때는 미안해서 그 친구들에게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화해를 하고싶은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면 난 그냥 자존심을 회복하고 싶었던 것 같다. '난 걔네들과 달라'라고 생각하면서 우월감을 느끼고 싶었나 보다.
궂이 그런 아이들을 만나서 내 에너지를 빼앗길 필요는 없다. 내가 투정을 들어주지 않으면 그 친구들은 변하는 것이 아니라 투정부릴 다른 사람을 찾아 나설테니까. 나는 나한테 맞는 친구를 찾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