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의 조그마한 초등학교에서 2학년과 5학년 집단상담을 실시하였다.
내가 맡은 집단은 5학년 아이들로 구성된 작은 집단이었다.
여자 아이 한명에 남자 아이들만 5명이었지만, 집중하고 들어주는 태도가 남달라
프로그램을 하는 동안 편안하게 상담할 수 있었다.
처음부터 프로그램에 대한 좋은 태도가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평소에 하던 대로 까불거나 비난하고 조롱하고, 자신이 무슨 의도로 이야기하는지 알아차리지 못한 채
표현하여 갈등을 만들던 아이들이 점점 진지해지고 머무르는 모습이 관찰되어서 기특했다.
의도와 표현, 감정중심대화법을 빨리 알아차리고 머무르는 모습...
두려움보다는 자신과 상담자에 대한 믿음이 커서 빨리 바뀔 수 있었던 것 같다.
많은 변화 중에서 가장 뚜렷한 변화모습이 눈에 띈 것이 있었다.
처음에는 상담선생님이 어른인지 친구인지..동네 아줌마인지 개념없이 이야기하다가
어른과의 관계에서 이야기를 하는 방법과 즐거움을 깨닫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프로그램을 끝내는 날이 1월 2일이었다.
모델링을 잘 해주던 여자 아이가 나에게 말했다.
"선생님! 저는 이제 열세살이 되었어요"
순간 너무 우습고 어이가 없었다.
"어이쿠!!이틀만에 엄청 어른이 되었구나!!선생님은 마흔 셋이 되었다~~하하"
라고 내가 말했더니
여자친구가 수습하려는 듯 말했다.
"선생님 괜찮아요~~아직 선생님은 생일이 안 지났죠? 그럼 마흔 둘이에요~슬퍼하지 마세요"
선생님이 실망할까봐
선생님에게 위로해주는 모습이 너무나 귀업고 사랑스러웠다.

아이들이 어른들과 진지한 대화를 하려면 건강한 어른과 수용받고 대화로 인해 즐거움을 느껴보아야 한다.
집단상담을 처음에 시작할 때에는 거부하고 방어하고 또는..어른인지 친구인지 개념없는 대화를 하다가..
어른과의 대화에서의 예절과 기쁨을 이해하고 옆에 와서 조잘조잘 이야기한다.
쉬는 시간에 게임도 하지 않고 자기 이야기를 하고 나를 바라본다.

어떤 상담에서도 전이가 일어나야 상담의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에 공감된다.
상담자이거나 담임선생님이거나 어른과 건강한 관계를 경험하면..
가정이나 다른 어른과의 관계에서 유능감이 생겨서 안정된 관계를 형성해 나갈 수 있으며,
그를 통해 눈치를 보거나 추측하는 등 에너지를 소비하지 않고 자신을 탐색하고 집중하는데 사용할 수 있다.

아이들의 마음을 확인하고 공감하고 또 즐겁게 놀며
어른과의 관계에서도 즐거움을 가질 수 있고
신뢰할 수 있음을 느끼게 해 주고 싶다.

미래학습상담센터 김미경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