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이트의 `히스테리 연구’라고 하는 초기 저서는 이후 정신분석의 모든 내용을 담고 있는 원석이라 할 수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프로이트의 사상이 어떻게 발전되어 갔으며, 얼마나 진지한 태도로 현상을 관찰하고 사유하였는지를 살필 수 있다. 환자를 대하는 태도에서 사진에서 풍기는 인상과는 다른 프로이트의 따뜻함도 느낄 수도 있다. 프로이트를 인간으로 만나는 중요한 통로가 될 수 있는 책이라 할 수 있다. 지난 2월 5일자에 실린 현대에 만난 프로이트<1>에 이어진 글이다. <편집자주>



　상담 혹은 심리치료는 사람들의 마음의 평화, 안정 그리고 행복을 위해 존재한다. 사람들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이 무엇인가라고 물었을 때 상담이론에 따라 다른 답을 할 것이다. 현대로 올수록 그 답은 간단하고 명료하다. 그들의 욕구를 충족하지 못했을 때 심리적 고통, 불편감을 느끼게 된다고 가정하는 경향이 있다. 또는 자신과 세계를 바라보는 부정적이고 합리적이지 못하고 비현실적인 생각이 문제라고 가정하기도 한다. 그런 관점에 따르면 자신의 욕구를 효율적으로 충족할 수 방법을 배우면 된다. 문제해결에 개인의 책임감과 주도성이 중요함을 알게 하거나, 조금 더 현실적이고 긍정적인 사고로 변환시키면 된다.

　지난 회에 다루었듯이 프로이트는 현대의 상담가들과 다른 관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는 히스테리 환자들을 치료하면서 어떻게 마음의 문제가 몸의 문제로 연결되는지 알고 싶어 했다. 서양의 이원론적 사고에서 바라보았을 때 몸과 마음의 연결성을 쉽게 해결할 수 없는 문제였다. 그는 철학·종교와는 달리 몸과 마음의 연결을 과학적으로 보다 구체적으로는 생물학과 의학으로 설명해보고자 하였다. 또한 그 시대에 발전했던 물리학 등의 이론을 인간의 정신이해에 적용하고자 하였다.

　

　본능과 무의식을 만나다!

　프로이트는 히스테리와 같은 심리적 문제로 인해 나타나는 신체적 증상들이 심리적 억압 때문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생각은 당시로는 매우 새로운 이론이었다. 즉, 무엇인가 인간이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 생각·감정·욕구 등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않고, 억누르려고 할 때 나타난다고 보았다. 프로이트는 자신의 환자들이 최면·자유연상·압박법 등의 방법으로 자신이 억압했던 것을 발설했을 때 치료되는 것을 보고, 인간들의 심리적 억압이 중요한 문제원인이라는 생각을 하였다.

　우리들은 성장하면서 해야 할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분별할 것을 배우게 된다. 그것은 매우 더딘 점진적 과정으로 처음에는 부모·교사·어른 등 주변 사람들의 명령·지시·꾸중·체벌 등을 통해 외부에서 주어진다. 하지만 외부에 존재하던 도덕률은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든다. 자신의 내면으로 스며든 도덕률은 이제 자신의 감정과 욕구 그리고 행동을 감시하게 되고, 행동에 이르기도 전에 자신의 마음에 비도덕적 욕구가 발생하려고만 하여도 두려움과 죄책감을 느끼게 된다. 우리 자신의 자기억압에는 두려움이라는 강한 불안이 잠재된다.

　억압된 우리들의 정서·감정·생각 등은 자신의 의식에 노출되지 않은 상태로 있지만 완전히 소멸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경계를 넘어오는 침략자와 같다. 우리의 의식이 경계를 소홀히 하는 틈을 타서 마음을 지배하려 한다. 오히려 그들을 더 억압하고 지배하려 했을 때 그들은 더 강한 힘으로 반격해온다. 최근 신임검사가 피의자를 성폭행하여 지금까지 자신이 쌓아온 모든 것을 한 순간에 무너뜨리는 사건을 보았다. 새 정부에 차기 법무부 차관으로 지명된 사람은 성접대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다. 이처럼 한 순간의 성적 욕망을 통제하지 못하고 파멸해가는 사람들이 자주 있다. 방송에 등장하지 않는 일반인들도 이와 유사한 사례가 많을 것이다. 계층과 직업을 나이를 가리지 않고 스스로를 파괴하는 통제할 수 없는 욕망으로부터 벗어나는 방법은 없을까?

　가장 행복하고, 자유스럽고 자신을 파괴시키지 않는 방법은 자신 안의 괴물을 껴안아 주는 방법이다. 자신의 욕구를 인정해주고, 보다 건강한 방식으로 표현해볼 수 있는 용기와 실천력을 가져야 한다. 도덕적 기준이 엄격하고, 타인들에 대한 평가에도 인색한 사람은 언젠가 스스로 자신도 통제하지 못하는 힘에 의해 스스로를 파멸시킬지 모른다. 인간이 생명의 시원에서부터 지니고 있던 자연스러운 욕구를 접촉하고, 활용하고 다룰 수 있는 느슨한 사람 다소는 엉뚱하고 자신의 삶의 기준에서 스스로 벗어나보려 일탈을 시도해보는 사람이 될 수 있어야 한다.

　

　자신안의 괴물을 껴안아라

　프로이트는 히스테리를 치료하기 위해서는 환자에게 문제를 일으켰던 사건, 상황으로 돌아가서 그 원인을 기억해낸 후에 정서적 정화를 경험해야 된다고 보았다. 이때 중요한 것은 단순한 회상이 아니라 과거 사건과 연관된 강력한 정서적 체험이 다시 재 경험되어야 한다. 텔레비전에 많이 나온 사이코드라마에서 주인공에게 감정을 격화시키는 것은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프로이트가 이러한 접근을 시도했을 때 문제는 회상의 불가능이었다. 환자들이 자신들의 문제가 시작된 시점과 관련된 기억을 회상하지 못한 것이다. 실재 환자들이 기억을 회상하지 못했는지 아니면 회상했지만 수치심 때문에 회상하지 못한 척 하였는지는 논쟁의 소지가 있다. 하여간 프로이트는 자신의 환자들이 기억하지 못한다고 강하게 믿었다. 그가 치료를 위해 과거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은 현대 심리치료에도 일부 유지되고 있고, 일반인도 당연하게 생각한다. 하지만 최근에 많은 심리치료이론은 과거의 기억이 실재와는 다르고(이후 프로이트로 이를 인정한다.), 과거를 다루는 것이 자기이해나 심리치료에 꼭 필수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현대는 힐링(healing)의 시대이다. 연예인이든 정치인이든 누구든 마음이 힘들면 방송에 나와서 자기고백을 한다. 사실은 인기를 위해서이겠지만 어찌 되었건 그들은 방송에 나와 과거의 힘든 경험을 쏟아내고 홀가분한 마음으로 되돌아간다. 그들이 힘든 과거를 말하면 힐링이 다 될까? 그와같은 힐링은 스스로가 과거고백을 통해 힐링되었다는 착각 속에서 살게 하다고 나중에 더 큰 고통으로 빠지게 하는 함정이 될 수도 있다. 요즈음처럼 힐링이 유행하는 시대에는 힐링을 조심해야 한다.

　

　프로이트는 왜 최면을 포기했나?

　당신은 최근 유행하고 있는 최면이 실재한다고 믿는가? 또는 현생이 전생과 연결되어 있고, 최면이라는 것을 통하면 무의식에 담긴 전생까지 기억해낼 수 있다고 믿는가? 프로이트는 초기 심리치료에서 최면을 사용하였지만 포기하였다. 이를 최근의 최면치료자들은 안타까워한다. 최면이 과학적이고 효과적이라면 왜 프로이트는 최면을 포기하였을까?

　프로이트는 정신분석을 묻혀진 고대의 유적을 발굴해내는 고고학에 비유한다. 프로이가 치료했던 환자들은 두 개의 서로 다른 의식 상태를 보였다. 여러분이 텔레비전에서 보았던 최면을 생각해보자. 어떤 사람에게 최면을 유도한다. 그리고 암시를 준다. 그러면 상대방은 과거의 기억을 떠올리거나, 특정한 행동을 한다. 최면이 깬 후 그 사람은 자신이 어떤 말을 하고, 어떤 행동을 했는지 기억하지 못한다. 현대의 최면도 프로이트가 당시 실시했던 최면과 거의 유사하다. 깨어있을 때, 최면에 들어갔을 때 서로 다른 두 개의 의식이 있는 것이다. 깨어있을 때를 의식 상태라고 한다면, 그 의식이 접근하기 어려운 의식의 어두운 세계에 무의식 상태라고 한다. 그곳은 의식으로 접근할 수 없기에 최면이라고 하는 상태를 통해서 접근하게 되는 것이다. 최면을 통해 접근하는 세계는 억압된 기억의 세계이다.

　프로이트의 환자 중 일부는 최면에 잘 걸렸고, 일부는 최면에 걸리지 않았다. 최면에 걸린 사람들은 신기하게도 프로이트의 암시에 따라 최면에서 말했던 내용을 기억하지 못했다. 그리고 프로이트가 암시한 것처럼 몸의 통증이 사라지기도 하였다. 하지만 이러한 효과는 지속적이지 못했다. 그리고 환자가 보고한 것을 보면 사실 환자는 의식이 있었다. 즉 그 환자는 최면을 통해 말하기 이전에 자신이 말할 것을 기억하고 있었던 것이다. 최면은 사실 자신 스스로의 의식에 대해 스스로가 제어하고 분리하는 것이다. 타인의 암시에 의해서 생기는 신비한 현상이 아니다. 즉, 최면은 이미 걸리고자 마음먹은 사람에게만 효과가 있는 것이며, 스스로가 자신의 의식의 한 측면을 극단적으로 배제할 때에만 가능한 것이다.

　프로이트가 최면의 속성에 대해서 지속적인 탐구를 하지 않은 것은 스스로가 최면에 익숙하지 않았다는 평가를 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최면의 비 효과성 때문이 아니었을까? 프로이트에게 최면에 대한 포기는 자유연상과 꿈의 해석과 같은 프로이트 특유의 치료법을 탄생하는 기회가 되었다는 점에서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긴 시간이 흐르고 프로이트가 포기했던 그리고 비 과학으로 여겨졌던 최면이 방송의 힘으로 다시 주요한 심리치료의 하나도 부활한 것을 보면 꼭 역사는 발전이라는 단일한 경로를 밟아가는 것 같지는 않다. 역사는 무지와 유행을 따라 흘러가는지도 모르겠다.

정의석<무등지성 사무국장>



필자는 무등지성 사무국장으로, 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남대와 조선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