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행복하십니까? 행복은 사랑이라는 말과 비슷한 점이 많다. 자주 쓰는 말이지만 실제로 주변에서 진정한 사례를 보기 어렵다. 그 두 가지는 마치 주변에 널려있지만 우리가 모르는 보물과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그래서 더욱 신비롭고 소수의 현자들만이 깨닫고 이해할 수 있는 영역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행복을 이야기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역설적이게도 먼저 고통의 불가피성을 언급한다. 이 세상과 자연은 우리의 기대대로 되지 않으며, 혜택 그 이상의 시련을 준다. 고통을 벗어나기 위해서 우리는 세상을 변화시키려 하고, 행복도 외부 세상에서 찾고자 한다. 하지만 행복을 말하는 현자들은 행복은 바깥이 아니라 내면에서 찾아야 한다고 조언한다. 나의 고통과 불행이 외부의 어떤 것들에 의해 겪게 된다고 믿는 사람들에게 고통이 자신의 내면에서 시작되고 그래서 내면에서 해결된다고 말하는 것이 오히려 어리석은 주장처럼 들릴 수도 있다.

　

　행복의 방식

　우리를 고통스럽고 불행하게 하는 것은 무엇일까? 우리는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킬 만큼 충분한 무엇이 결핍되어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좋은 대학과 직업, 존경받을 만한 지위와 명예, 부, 큰 집, 멋진 배우자 등이 없기에 불행하다고 생각한다. 가지고 있지 못하기에 그것들이 내뿜는 환상은 더욱 그럴듯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그것을 소유한 사람들은 행복을 지속적으로 경험하지 못함을 고백한다. 오히려 불행감을 보고하기도 한다. 그러한 것들을 통한 행복은 더운 여름날 증발되는 물처럼 일시적인 행복만을 경험하게 하고, 갈증은 지속된다. 편안함과 안락함은 주지만 그 이상의 체험은 불가능하다.

　인간의 행복은 자발적으로 무엇인가를 행동으로 옮기고 있을 때 경험되는 것이다. 수동적이 아니며 능동적이며, 도전적인 활동에서 경험되는 것이다. 이러한 활동은 특별한 사람에게만 허락되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일상에서 접하는 모든 활동들에서 가능하다. 어떨 때는 내가 싫어하고 힘들어하는 그 활동이 나에게 기쁨과 행복을 주는 일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자녀들과 ‘생활의 달인’이라는 프로그램을 간혹 보곤 했다. 그 프로그램에 등장한 사람들은 신문배달, 물류운반, 포크레인 작업, 포장, 분류, 세차 등 그다지 사회에서 인정받지 못하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들의 표정은 매우 밝았으며 자신의 일에서 만족을 느끼고 삶에서 행복을 느끼고 있다고 보고했다. 그 사람들과 동일한 일을 하는 많은 사람들이 그와 같은 경험을 하고 있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면 왜 같은 일을 하면서 다른 경험이 가능한 것일까?

　

　기존 가치를 벗어던질 용기

　칙센트미하이(Csikszentmihalyi)는 일에서 행복을 느끼는 사람들은 일이 주는 외부적인 지위, 명예, 권력, 보상 등에 관심과 가치를 두지 않고, 자신이 하는 일상의 활동 자체에서 주는 기쁨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것이다. 우직하고 바보스러울지 모르겠지만 그들은 하루 중 대부분의 시간에서 즐거움과 보람을 경험한다. 반면에 똑똑하고 잘난 사람들은 한 달에 한 번 주어지는 보상의 시기에만 만족감을 느낄 것이다. 우리는 스스로 목숨을 끊는 죽어가는 학생들과 노동자 그리고 사람들을 보면서 사회구조를 비판한다. 하지만 막상 자신은 변하지 않는다. 자신도 무엇인가가 있어야 행복할 것처럼 고통스러운 삶을 감수하고, 자녀에게도 성적과 학벌과 성취를 강조한다.

　만일 우리가 스스로를 그리고 자녀와 주변 사람들을 불행의 쳇바퀴에서 벗어나게 하고 싶다며, 기존의 사회에서 당연시하고 없어서는 안 될 것처럼 세뇌시키던 가치를 벗어던질 용기가 필요하다. ‘미래의 행복’이라는 달콤한 환상의 감옥에 살게 해서는 안 된다. 그들이 자신의 삶을 긍정할 수 있고, 감사할 수 있고, 행복할 수 있게 된다면 이 사회는 건강한 방향으로 자연스럽게 변하게 될 것이다.

　성적을 강요하지 않고 자신의 속도에 맞춰 공부할 수 있게 허락한다면 우리는 자녀의 행복한 경험을 공유하는 선택받은 부모가 될 것이다. 그들의 행복은 자신뿐만 아니라 주변을 행복으로 전염시키게 될 것이다.

　※미국의 심리학자 칙센트미하이는 몰입(flow)라는 개념을 소개한다. 몰입이란 특정 활동에 깊이 집중하게 되어 시간의 흐름이나 공간 더 나아가서는 자신에 대한 의식까지도 잊어버리게 되는 심리적 상태이다. 스스로 특정 과제를 자신의 능력에 맞게 조절해나가는 능력, 과제를 즐겁게 창조할 수 있는 태도와 능력을 요구한다.

정의석<무등지성 사무국장>



　필자는 무등지성 사무국장으로, 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으로 재직하고 있으며, 전남대와 조선대 등에서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