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에서 찾는 내 삶의 진정한 변화


무더운 여름, 우리의 몸과 마음을 지치게 한다. 그렇다면 잠시 내면으로 관심을 돌려 우리의 마음의 무더위, 답답함을 살펴보자. 자신의 마음을 관찰해보자. 얼마나 마음이 편안한지? 잠시 내면을 들여다보면 짧게는 어제 오늘의 불쾌한 일부터 멀게는 어렸을 때의 잊지 못한 상처까지 다양한 영상과 기억 그리고 느낌들이 나타났다 사라지는 것을 인식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우리의 마음을 잠시라도 청량하고 안온하게 머물게 하지 못하는 것을 무엇 때문일까?

우리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는 것 중 첫째는 과거로부터 온다. 또 다른 하나는 미래로부터 온다. 우리는 과거와 미래를 옮겨 다니며 고통을 가지고 온다. 만일 우리가 오직 지금-여기(here & now)에서만 살수 있다면 마음의 고통은 사라질 것이다. 우리를 가장 많이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과거이다. 과거는 흘러간 것, 되돌아갈 수 없는 것, 잊혀진 것이 아니다. 그것은 간직된 것, 잠재된 것, 이어진 것이다. 과거는 지금의 나의 행동과 감정을 조정하는 무의식의 끈이다. 우리가 과거의 불편한 기억으로부터 해방되지 못한다면 마음의 평온을 얻기 어렵다.

그렇다면 어떻게 과거로부터 오는 고통을 벗어날 수 있을까? 과거의 기억은 지워지거나 영원히 억압되지 않는다. 역설적이게도 과거로부터 벗어나기 위해서는 과거의 기억을 재차 떠올려야 한다. 그것도 생생하게! 생생하다는 것은 과거의 기억과 함께 연결된 감정을 온전히 바닥까지 드러낼 수 있어야 된다는 것이다. 간단하게 이야기하면 나를 불편하게 하는 과거의 기억을 회피하지 않고, 천천히 점진적으로 회상해보고 그것과 연관된 감정을 충분히 느껴보는 것이다. 그러면 기억과 감정의 연결은 끊어져 기억을 회상하더라도 감정의 파도는 더 이상 치지 않게 된다. 물론 이는 쉬운 것이 아니다. 어떨 경우에는 상담자의 전문적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과거를 반추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고 용기 있게 더 자주 들여다보고 더 자주 느껴본 사람은 인격의 성숙함을 얻을 수 있다.

인격의 성숙함은 어른스러움으로부터 오는 것이 아니다. 성숙함은 어린이스러움으로부터 온다. 우리의 기억과 연결된 감정은 이성의 통제를 받지 않은 어린이다운 것들이다. 화나고, 슬프고, 무서웠던 기억들! 일상에서 그런 감정들을 불편하게 느끼고 있다면 순수한 어린이의 모습, 영성의 모습, 통합의 모습에 다다르지 못한 것이다. 옛 말에 어린이는 어른의 스승이라는 말이 있다. 지적으로 부족한 어린이가 어떻고 어른을 가르칠 수 있다는 말인가? 이는 어린이가 지니고 있는 순수한 감성을 어른이 따라가기 어렵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다양한 감정을 느끼고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단지 술을 마셨을 때, 이성의 끈이 풀어졌을 때가 아니라, 일상생활에서 주변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좋아한다, 기쁘다, 반갑다, 고맙다, 서운하다, 화 난다 등의 표현을 할 수 있어야 한다. 여러분의 주변 관계를 생각해보고 그들에게 내가 잘 표현하는 감정과 표현하지 못하는 감정을 살펴보자. 우리는 어른과 부모에게 화 내지 못한다. 그리고 자녀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좋아한다, 너와 함께 있으니 좋다 등의 표현을 하지 못한다. 감정의 표현이 물처럼 자유로워 막힘이 없고 편안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 어린이다워질 때 우리는 비로소 감정의 속박에서 벗어나 감정과 함께 삶의 자유로움을 맛볼 수 있게 된다.

우리의 마음을 고통스럽게 하는 두 번째는 미래이다. 만일 당신이 충분한 재산을 지니고 있고, 그 재산이 안정적으로 유지되어서 죽기까지의 삶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면 오늘 밤 잠을 잘 때 내일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다. 옛날 만석 군들도 십 수 년을 재해 없이 안정적이 풍작을 거두었다면 내일에 대한 걱정 없이 넉넉한 여유와 한가로움을 느끼고 살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거의 모든 사람에게 예상하지 못했던 재난과 사고, 인생의 함정은 있게 마련이다. 이러한 미래의 불확실성을 감소하기 위해 인간이 과학과 제도 등을 만들었지만 미래의 확실성과 안정감을 결코 획득할 수 없다. 왜냐하면 자신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과 두려움으로부터 탈출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는 미래의 불확실성을 기대와 호기심으로 바라보고, 미래를 스스로 창출해나간다는 마음을 갖는 것이다. 인본주의 심리학자 매슬로우는 ‘미래의 탈역사성’에 대해 이야기한다. 즉 미래가 어떻게 될 것인지는 결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어떤 사람에게 미래는 그저 과거의 반복과 이어짐일 뿐이다. 하지만 미래를 내가 스스로 결정할 수 있다는 마음을 갖는다면 미래에 대한 불안보다는 기대와 용기를 갖게 된다. 일상과 거리가 멀고 어려운 말인 것 같지만 매우 간단하고 일상에서 쉽게 실천할 수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어른을 불편하게 생각해서 어른의 요구를 거절하지 못한다면 그 어른에게 불쾌하지 않은 만큼 거절해보는 행동을 시도해보는 것이다. 그것이 바로 자신의 삶에서 하나의 탈역사성을 실현한 것이다. 아내에게 고마움을 표현하지 않았다면 고맙다는 말을 해보자. 그것도 하나의 탈역사성을 실현한 것이다. 크고 작은 일에서 어제와 다른 나를 실험해본다면 나의 삶은 더 이상 두려움에 시달리지 않고, 삶의 변화가 가져다주는 즐거움을 만끽하게 될 것이다.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 교사 키팅은 학생들에게 “carpe diem! (오늘을 즐겨라! seize the day!)”라는 말을 한다. 과거로부터 그리고 미래로부터 벗어나 온전히 현재를 즐길 수 있을 때 내면의 평온함은 시작된다. 그 길은 과거와 미래로부터 도피가 아니라 과거와 미래로 자신을 내어 던질 때 가능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