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가이자 심리치료자 칼 융: 내면의 고통 스스로 들여다보며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행

칼 융은 알프레드 아들러와 함께 프로이트의 그림자에 가려진 위대한 사상가이자 심리치료자이다. 간혹 사람들에게 프로이트의 제자로 잘못 알려져 있지만 그의 사상이 지향하는 지점은 프로이트를 넘어 서 있다. 그는 인간을 성적인 존재로 본 프로이트와 달리 인류가 수많은 영겁의 시간 속에서 경험한 모든 것이 담겨 있는 존재로 보았다.

　<정신은 빛보다 무한히 복잡한 성질을 띠고 있기 때문에 정신의 존재를 충분히 묘사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이율배반을 필요로 한다. 어쨌든 응용심리학 안에서 우리는 겸손해야하고, 상반되는 다양한 의견들의 유효성을 시인해야 한다.>

　이와 같은 그의 사상은 과학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들에게 쉽게 이해되지는 않지만 오히려 그런 점이 이성 중심, 물질 중심으로 편향된 현대인의 그릇된 마음을 치료시켜줄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라고 볼 수 있겠다.

　

　신비롭고 독특했던 융의 생애

　융은 1875년 스위스 케스빌이라는 작은 마을에서 교구 목사인 파울 융과 에밀리 사이에서 태어났으며 아홉 살에 동생이 태어나기까지 외동으로 자랐다. 그의 부모님은 검소하였지만 매우 궁핍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동물, 식물, 흙, 산, 강, 호수와 함께 하며 자연과 친숙한 삶을 살았다. 그는 주변 친구들과 잘 어울리지 않고 혼자서 지내는 편이었다. 놀이마저도 혼자서 하였고, 주변 사람들의 관심이나 간섭을 싫어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부터 꿈, 환상 등을 경험하였으며 가족, 또래들과 동화될 수 없는 차이점으로 내적 이질감 등을 경험하였다. 그는 어렸을 때 심리적 불안에 대응하기 위하여 남몰래 나무를 깎아 5cm 정도의 인형을 만들어 검은색으로 칠하고 모직 코트를 입힌 후 필통을 침대 삼아 그 인형을 눕혔다. 또한 매끈하고 길쭉하며 거무스레한 돌멩이의 윗부분과 아랫부분에 색을 입혀 ‘영혼의 돌’을 만들었다. 그는 이후 자신의 이론이 정립된 후 그 인형들이 고대의 주술사이자 치료사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는 중등학교에 입학한 이후에 학교와 친구들과 잘 지내지 못한다. 그는 학교생활 중 쓰러졌고 그로 인해 약 반년 간 학교를 쉬게 되었다. 아버지가 융의 미래를 걱정하는(쓸모없는 사람이 될지 모른다는) 말을 우연히 듣고 자신의 신경증을 극복하게 된다. 융이 싫어하는 라틴어 공부를 하다 몇 차례의 발작을 일으키게 되고, 발작에도 불구하고 계속 공부를 함으로서 극복한다. 그는 대학생이 되어 스스로 말하는 외적인 인격(그가 말한 제1인격)을 드러내 ‘술통’이라는 별명이 붙을 만큼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

　25세에 취리히 부르크휠츨리 병원에서 조교로 수습기간을 거친 후 의사와 취리해 대학의 강사로서 활동하게 된다. 28세에 엠마라는 여성과 결혼을 하였으며, 부유한 제조업 가문의 딸이었던 엠마의 지참금으로 인해 지금까지의 경제적 어려움에서 해방된다. 엠마는 조용하고 차분하며 평생 그의 심리적 지지자로서 역할을 해주었다.

　융은 1906년 자신의 책을 프로이트에게 보내고 7년간의 긴 서신왕래를 시작한다. 융은 지금까지 이해받고 지지받지 못했던 자신의 내면 경험세계와 이론을 이해해줄 수 있는 최초의 동료를 만나게 된다. 융은 프로이트를 아버지처럼 느끼고 생각하였고, 프로이트 또한 그를 아들이자 후계자로 생각하였다. (프로이트와 융은 19살 차이가 남)

　

　<친구에게자네를 나의 장남이자 나의 후계자로 삼은 바로 그날 밤 자네가 아버지로서의 나의 위엄을 떨어뜨린 것이 참 이상하네. 내가 자네를 그렇게 대한 것과는 반대로 자네는 그렇게 나의 권위를 빼앗은 것에 즐거워하는 듯하네.>

　1913년 이론에 대한 서로의 의견이 분명하게 대립된 후 서로는 결별을 선언하게 된다. 결별 이후 프로이트뿐만 아니라 융 또한 매우 심한 심리적, 사회적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내가 추종자들을 환자처럼 대한다는 주장은 확실히 터무니없네. 그 주장을 굽히지 않을 것이라면 이 편지에 답장할 필요도 없네. 앞으로는 개인적으로 이야기를 나누기도 어려워질 것이고 더욱이 편지를 주고받는 것은 완전히 불가능한 상황이 될 테니 말이지. (중략) 그래서 나는 우리의 개인적 관계를 완전히 끊을 것을 제안하네. (융에게 보낸 프로이트의 마지막 편지 중)>

　프로이트와 달리 융은 아직 자신만의 학문체계를 성립하지 못했고, 자신을 지지하는 동료와 학회 등도 구성되어 있지 않았기에 프로이트와의 결별 이후 사회적으로 고립되었으며, 내적으로 긴 고통의 시간을 견뎌야만 했다. 이 시기는 융에게 인생에게 가장 힘든 시기였으며, 아직 확고하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독특한 경험과 자신이 생각했던 이론적 틀을 믿고 더욱 깊은 이론적 탐색을 시도했던 시기였다.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융도 가장 힘든 시기에 자신의 이론적 기반을 세웠던 인물이다.

　

　현대인의 삶에 나타난 불균형

　현대 한국인들의 삶은 너무나 고통스럽다. 과도한 업무, 경쟁 그리고 스트레스, 약물과 자살, 취약한 지지체계 등 모든 연령과 대부분의 계층에서 삶의 고단함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이러한 한계는 사람들에게 다른 모습의 삶에 대한 동경과 관심을 가져왔다. 올레 길의 유행, 캠핑 족의 증가, 힐링의 유행 등은 사람들이 단순한 고통을 피하기 위한 방법이 아니고, 자신의 내면의 균형을 찾아가기 위한 노력이다. 융은 사람들이 보이는 신경증을 그 자체만을 떼어서 치료할 수 없다고 보았다. 그는 인간의 삶 전체가 문제이며, 변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융에게 심리적 문제 곧 신경증은 의식적인 태도와 무의식의 경향 사이의 불일치로 나타난다고 보았다. 그는 우리의 무의식적 내용을 동화함으로서 극복될 수 있다고 보았다. 현대인이 보이는 새로운 삶의 경향성은 우리 내면의 무의식적 힘이 삶의 불 건강성을 지양하고, 원초적 건강성을 회복하려는 역동으로 볼 수 있다.

　<무의식은 의식에서 충분히 표현되고, 무의식의 본능적 충동은 마찰 없이 의식에 전달될 수 있다. 그 결과로 의식은 결코 본능의 뿌리를 잃지 않는다. 그러나 이 표현의 어떤 것이 시대에 뒤떨어지게 되며, 다시 말해서 그들이 이해될 수 있는 현재 의식과의 관련을 잃게 되며, 의식의 선택과 결정행위는 그들의 본능적 뿌리로부터 단절된다. (중략) 경험으로 미루어 볼 때 의식과 무의식 사이에 보상적 관계가 있다는 것, 무의식에 항상 정신의 의식 부분에서 부족한 것을 추가해서 보충해주고자 하며, 그렇게 함으로서 위험한 균형 상실을 예방하고자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p 103~104)>

　융은 자신의 이론을 경험에 근거한 과학적 이론이며 동시에 인간정신의 심원함을 다루고 있다고 믿었다. 비록 다른 일반적 사람들에게는 융의 이러한 관점이 신비적이며, 비과학적으로 여겨질지 모른다. 하지만 그의 사상이 현대인들의 성장위주의 삶과 외적인 부를 추구하는 병적 삶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가를 영혼과 균형이라는 관점으로 잘 설명하고 있다고 본다. 그렇기에 그는 신경증을 없애야 할 것이 아니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안내자로 볼 것을 요구한다. 우리 스스로 자신의 내면을 고통을 들여다봄으로써 융처럼 삶의 균형을 찾아가는 여행을 해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