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체 망치는 우월감 콤플렉스 벗어나기


  모든 인간은 열등하다. 고로 의존한다

　알프레드 아들러(Alfred Adler, 1870~1937)라는 이름은 프로이트에 비하면 널리 알려져 있지 못하다. 하지만 그가 언급한 ‘나폴레옹은 키가 작은 열등감으로 정치적 야망이 컸다’는 이야기는 모르는 사람은 없다. 이처럼 아들러는 이름은 낯설지만 열등감이라는 주제로 인간의 무의식적 행동을 설명하려 했던 사람이다.

　프로이트가 장남으로서, 우등생으로서 청소년기까지 결코 열등함을 경험해보지 못한 사람이라면 아들러는 태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서부터 질병과 약함, 사고 등으로 열등감을 뼛속 깊이 경험했던 사람이다. 그의 삶을 들여다보면 그가 왜 열등감에 그토록 관심이 컸는지 수긍이 될 만하다.

　

　열등감 뼛속 깊은 아들러의 삶

　알프레드 아들러는 1870년 2월 7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근교인 루돌표샤인(Rudolfschein)의 유대인 중류층 곡물상인의 아들로 태어났다. 여덟 명의 아이들 중 둘째로 태어난 아들러는 뛰어난 재능을 가진 형의 그늘에 가려 성장했다. 아들러는 어린 시절 매우 약하고 섬세하였으며, 구루병과 후두염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가 세 살 때 한 침대에서 자고 있던 형제 중 한 명이 죽었다. 1년 후 아들러는 심한 폐렴에 걸려 발작으로 고통을 받았다. 그는 왕진한 의사가 아버지에게 “아이가 살 가망이 없군요”라고 말하는 것을 들었다. 이때 아들러 자신은 그의 아버지에게 그렇게 가차 없이 애기했던 의사와 같은 나쁜 의사가 아닌 훌륭한 의사가 되어야겠다고 결심했다. 아들러는 어린 시절에 두 차례나 수레에 치기도 했는데, 이러한 경험은 폐렴에 겪었던 경험에서 시작된 죽음의 공포를 한층 증가시켰다.

　그가 이처럼 쇠약하다 보니 부모들은 그를 과잉보호하는 경향이 있었다. “태어나서부터 2년 동안은 어머니가 나를 과잉보호했지만, 동생이 태어나자 어머니는 동생에게 온통 관심을 쏟았다. 나는 마치 세자에서 폐위된 것 같은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아버지의 관심을 돌려 아버지가 총애하는 아이가 되었다”고 기술하였다.

　다섯 살 때 아들러는 학교에 입학하였다. 그의 구루병은 그를 별 볼일 없는 서투른 아이로 만들었으며 특히 운동에서 그러했다. 학교에서도 특별하게 우수한 학생은 아니었으며 중학교에서는 수학에서 낙제하기도 하였다. 심지어 교사들 중 한 사람은 그의 아버지에게 그를 학교에서 중퇴시키고 구두제조자의 도제로 들어가게 하는 것이 어떻겠느냐고 조언을 했다. 다행히도 아버지는 그러한 충고를 받아들이지 않았으며 아들러는 열심히 공부하여 수학 과목을 통과하였다. 이후 의과대학에 입학하였고 안과의사로 활동하다가 프로이트와 교류하면서 정신분석의 흐름에 동참하게 된다. (로버트 윌리엄 런디 저, 애들러 상담이론, 학지사)

　

　혼자 살 수 없기에 타인에 의존해

　아들러는 모든 인간은 열등함을 느낀다고 보았다. 인간은 존재 자체가 다른 동물에 비해 강하지 않다. 갓 태어난 어린아이는 이 세상에 자신보다 약한 그 어떤 존재도 발견할 수 없다. 인간은 태어나서부터 자신의 열등함을 자각하고 자신의 존재를 확보하기 위하여 우월함에 대한 욕구를 강하게 지니게 된다. 여기서 모든 인간은 다른 인간과 그리고 자연을 대상으로 우월함을 확보하고자 노력하게 된다. 만일 인간에게 이러한 욕구만 있다면 인간사회는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이 되었을 것이다.

　아들러는 인간이 우월함에 대한 욕구뿐만 아니라 타인에 대한 관심, 배려, 공감 등 공동체감을 선천적으로 가지고 태어났다고 보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이러한 성질 또한 인간의 열등함에서 기인한다. 즉 인간은 혼자서 생존할 수 없기에 타인에게 의존하고, 타인을 돕기 위한 본성을 갖게 된다. 이는 초기 사회생물학이 인간을 이기적으로 보았다가 이타적으로 보는 관점으로의 변화와 일맥상통한다. 마이클 토마셀로(Michael Tomasello)는 ‘이기적 원숭이와 이타적 인간’이라는 책에서 생후 14~18개월 된 어린 아동이 두 손에 물건을 가득 든 어른이 문을 열도록 도와주기 위해서 보상을 주는 놀이활동마저 일시적으로 그만 두는 실험을 통해 인간이 선천적으로 타인을 도와주기 위해 필요한 공감능력과 의사결정 능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우월에 대한 의지와 공동체감의 갈등

　우월에 대한 의지와 공동체감은 서로 갈등을 일으킬 것처럼 보인다. 우월하기 위해서는 타인을 이기고 지배해야하기 때문이다. 즉 타인에 대한 배려와 관심은 우월에 대한 의지를 방해할 것처럼 여겨진다. 아들러는 개인의 건강과 사회의 건강 모두를 위해서 선천적인 우월에 대한 의지와 공동체감이 함께 발달할 것을 요구한다. 즉, 우월에 대한 의지가 자신을 건강한 방식으로 극복하고, 타인을 위해 기여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한다는 것이다. 이는 니체가 말한 진정한 ‘초인’을 의미한다.

　한국은 타인을 무시한 채 자신만의 성공을 추구할 것을 사회적 명제로 제시하고 있다. 가정, 학교, 사회는 실패자에게 온정을 주지 않는다. 비록 자신을 키운 사회와 국가 등의 공동체가 붕괴하더라도 자신과 자신이 속한 내집단의 지속적 발전을 위한 것이라면 전혀 양심의 가책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 민주주의를 부정한 최근의 국정원 선거개입의 당사자들은 사회적으로 성공하고 권력을 지닌 사람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부끄러움이 무엇인지 모른다. 그들의 양심부재는 그들이 공동체감을 상실한 우월감 콤플렉스 질환자임을 보여준다. 그들은 단지 공동체감을 상실한 우월감 콤플렉스의 대표적 상징일 뿐이다. 우리는 이미 내 가정과 학교에서 이런 사람들을 만들어가고 있지 않은가? 내 스스로 공동체에 대한 감성을 내버려둔 채 우월감을 성취하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반성해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