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나에서의 교육전문가 패널들의 토론
용의 꼬리? 뱀의 머리?

최근에 동네 목욕탕의 사우나에 방문하였습니다.
 과거에는 우물가에서 동네 이야기, 소문이 오갔다면 현재 사우나만큼 많은 소문과 정보를 들을 수 있는 곳도 없을 것입니다.
연예인의 스캔들이 터지면, “누가 꽃뱀이고 누가 억울하네” 자기 이야기처럼 열을 올리고,
 김장철이 되면 누구나 김장 전문가여서 서로의 요리법을 알려주고 배우느라 단 시간에 요리 클래스가 됩니다.

내가 가는 사우나에는 달걀과 커피대야로 정을 나누는 끈끈한 터주대감들의 뜨거운 작은 방과
뜨네기나 비교적 힘이 없는 젊은 방문객을 위한 비교적 온도가 낮은 큰 방두 종류의 방이 있습니다
작은 방에는 뜨네기가 들어가도 터주대감들이 관심도 주지 않을 뿐 더러 물을 켜고 나가면서 청소하는 규칙도 강합니다.

저 또한 가끔씩 방문하는 뜨네기이기 때문에 큰 방에 5-10분 정도만 머무는 편인데,
그 날은 비교적 젊은 학부모들이 7-8명 정도 모여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주제는 과학고 진학에 대한 이야기였습니다.
 누구 한 명이 이야기하면 침묵의 시간 없이 바로 다른 학모가 자기주장을 이야기했습니다.
거칠 것이 없었고 자신감이 있는 목소리였고, 신년특집 패널들처럼 자신감있는 태도가 인상적이었으며,
대부분 “누구누구의 엄마 이야기다” 는 근거가 있었습니다.

주장은 이러했습니다.

주장1. 과학고를 진학하려면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선행학습을 끝내야 한다.
주장2. 학습법을 먼저 배워야 공부를 잘한다.
주장3. 학원 다 필요없다. 과외가 최고다.

그러다 한 학부모가 말했습니다.
 “내 아이는 공부를 엄청 잘 하지 못하니 용 꼬리가 되면 적응을 못할 것이다.
차라리 뱀머리가 되어서 자신감 있게 공부했으면 좋겠다” 였습니다.
저도 같은 의견이어서 가만히 들어보았습니다.
그러자 다른 학모에 비해 연배가 있어 보이는 엄마가 매우 당차게 말하였습니다.
“뱀머리도 뱀인데 뭐하러 보내! 용 꼬리도 용이고만!”
갑자기 정적이 흘렀습니다.

자녀의 학습성적에 따라, 진로에 따라 자아개념이 달라지는구나!

내 아이는 용인가? 뱀인가?
나는 뱀의 엄마인가? 용의 엄마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