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2017년 초 딸이 선물을 주었다.
한참 유행하는 Q&A 라는 다이어리였다.
소제목은 '꿈이 있는 엄마의 5년 다이어리'였다.
사실 정말 미안하지만 알면 딸에게 혼날 테지만 5년 짜리인 거 지금 알았다.
1년 짜리인 줄 알고 혼나고 말 심산이었는데 핑계도 안되게 생겼다.

우리 딸은 평소 친구들이나 가족에게 의미있는 선물을 잘 챙겨주고 기뻐하는 'pro eventer'다!!
 딸이 다이어리를 얼마나 신중하게 고민을 하고 샀을지 눈에 선하다.
 어쩌면 자신과 엄마가 함께 쓰고 나중에 타임캠슐처럼 꺼내 보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타지에서 대학 생활하는 딸은 올 때 마다
"아직 하나도 안 썼네"라며 집요하게 체크하고 서운함을 표현했다.
"저녁에 TV를 볼 때라도 쓰지 안 쓴다"며~~ 지치고 포기하지도 않고 야단을 쳤다.
급기야 나는 상담소에  Q&A 다이어리를 피신시키기로 작정을 했다.

그런데 어느 날
"이젠 아예 숨겨두셨네~"라고 금방 알아보는 것이다.
덜컹!! 과 함께 딸의 집요함에 박장대소를 하였다.

딸은 이번만 이벤트를 준비한 게 아니다.
자주 자주 적은 용돈으로 특히 엄마에게 사랑을 표현하였다.
어릴 때 케익을 사서 새로운 케익으로 만들어주는 이벤트를 준비하여
엄마의 눈을 감기고 화려한 주변 장식과 함께 "짜잔"을 준비하였는데
극심한 감기몸살이 걸린 엄마는 "고마워"를 건성으로 하고 짜증을 냈다.

 "이걸 언제 다 치우니?" 순간 딸의 표정이 실망과 슬픔으로 변하는 것을 눈치챘는데
초보엄마는 아프다는 핑계로 건성으로 사과를 했던 것 같다.
그 이후로 한동안 딸은 이벤트나 선물을 잘 하지 않았고,
엄마에게 어릴 적 슬펐던 사건과 감정을 이야기했다.

"엄마 나 때렸지? 동생 아프다고 나 과자 못 먹게 했지?" 그럴 때 마다
"정말 미안하다 엄마가 초보여서 그랬어~~"
지속적으로 몇 년간 사과했다. 진심으로~~

작년 결혼기념일에 바쁜 데에도 알바비로 밥값을 내 주러 일부러 오기도 하고
재작년에는 케익을 만들어 선물해 주기도 하고~~
다른 사람에게도 잘 하지만, 엄마에게 성심성의를 다해 축하하고 좋아함을 표현했다.



  Q&A 다이어리를 보면서
그 사람과 접촉하려면 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해 주어야 한다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게 아니라, 그 사람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알아차려 보자.
우리 딸은 Q&A를 통해 엄마에게 미해결과제를 해결하고 싶은 것인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