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시골학교에 집단상담을 하고 있다. 한 학생이 들어와서 진지하게 물어본다.
선생님 농부가 되는 것이 문제인가요? 진로시간에 제가 친구들에게 농부가 되겠다고 했더니
웃어요.


시골에는 노인과 그 자녀들이 도시로 가면서 맡긴 손자들이 참으로 많다.
학생들은 하교 후 함께 즐겁게 대화를 나눌 가족이 적다. 부모님이 늦게 오시거나
자녀들과 어떻게 대화하는지 잘 알지 못한다.
학생들은 서로의 집이 멀기 때문에 각자 자기 집에 고립된 채로 TV와 인터넷게임에 빠져있다.
마을 어른들 어느 누구도 학생들이 서로 만나 즐겁게 놀 수 있는 공간을 만들어주지 못한다.

시골에는 젊은 청년들이 필요하다. 단지 공부를 못해서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 아니라
농사가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는 사실을 가슴에 품고서 진심으로 열심히 일할 수 있는
청년이 필요하다. 그래서 그들의 자녀가 다시 건강하게 농촌을 뛰어다닐 수 있는 세상이
와야 한다. 그런 세상을 위해서 그 한명의 학생이 꿈꾸는 진로가 우리에게 너무나 소중하다.
농부가 되겠다는 꿈을 말하는 친구를 더 이상 이상하거나 무시하지 않는 세상이 우리에게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