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해에 비해 올해는 부고가 많다.
장례식에 가보면 가족들의 모습에서 돌아가신 분들의 삶을 짐작해볼 수 있다.
남겨진 배우자와 가족들이 매우 슬퍼하는 경우도 있고,
의외로 밝거나 무심한 경우도 있다.
(물론 사람이 계속 슬퍼할 수는 없으니 밝은 모습이 전부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오해일 수 있다.)

슬퍼하는 가족들은 대체로 살아계실 때 돌아가신 분에 대한 좋은 기억을 풀어낸다.
그것은 그분을 충분히 그리고 진심으로 애도하는데 도움을 준다.
돌아가신 분은 배우자와 자녀들에게 좋은 기억을 물려줌으로서 마지막 순간까지,
아니 영원히 큰 선물을 남기는 것이다.

잠시 옛날 내담자의 어머니가 떠오른다.
그 어머니는 결혼 이후부터 상담을 받았던 시기까지 줄곧 자녀문제로 골머리를 앓아왔던 분이셨다.
일부는 자녀의 문제이기도 하였지만, 일부는 자녀에 대해 불안하고 강박적으로 집착하는 어머니의 잘못도 있었다.
그분은 어느 한 순간도 자녀들과 편안하고 친밀한 관계를 맺지 못하셨던 것 같다.
상담이 종결된 이후 약 반년이 지난 후
남편분에게 문자가 왔다. 갑작스런 사고로 돌아가셨다고.
장례식에 가서 자녀들을 만나지는 못했지만, 그분의 영정을 보면서 그분의 삶이 참으로 안타깝고 측은하게 느껴졌다.
무엇을 위해 그렇게 사셨을까?
자녀들은 그분의 수고와 고통을 사랑으로 느끼기는 어려웠을 텐데!
잘 산다는 것은 죽음 이후에 더욱 분명해지는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