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후 이십여년이 흐르면서 취미세포는 거의 고사한 듯하다.
그런데 최근 이삼년전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 중 하나가 골목길 답사이다.
구불구불 좁은 골목길과 그곳에 남아있는 오래된 단독주택들을 보자면 신기함과 그리움 등
야릇한 느낌에 끌리게 된다. 내가 왜 사라져가는 것들에 대해 끌리는지 그 이유는 아직까지
잘 모르겠다.

이주 전 내가 광주의 모초등학교 길잡이를 하였다.
그 학교와 학교주변에 대한 자료와 코스 등을 미리 조사해서
그날 안내하는 것이다.
하지만 해당 초등학교 홈페이지에는 그 학교의 과거 역사 중 아무것도
담겨져 있지 않았다. 단지 최근 활동사진과 내용만이 올라와 있을 뿐이었다.
학교가 개교했을 때 사진이나 그 당시 동네 사진 등이 있다면
그 학교를 다니는 학생들뿐만 아니라 졸업한 학생들도 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했을 때 학교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을 텐데 말이다.

이글을 읽는 분이 계시다면 자신이 졸업한 초, 중, 고등학교 홈페이지를
방문하면 내가 언급한 것이 사실임을 확인함과 동시에 아쉬움을 느끼게 될 것이다.
지역교육청이나 학교장이 학교의 옛사진이나 역사적 사건들을 재학생들에
가르친다면 학생들은 그 지역과 학교에 대한 정신적 연결성을 가지게 될 것이다.
그리고 홈페이지 등에 자료를 탐재해서 지역민과 졸업생들이 함께 공유한다면
지역의 역사, 학교의 역사는 보다 풍부해질 것이다.

심리학에서 노인에 대한 실험이 있다.
바로 <시계 거꾸로 돌리기 연구, counter clockwise study >라는 것이 있다.
간단히 말하면 노인들에게 자신이 오래전에 살았던 환경에 노출시키면
신체적, 심리적 기능 등이 향상된다는 것이다.
(더 자세한 내용은 ebs 다큐프라임 '황혼의 반란'을 보시라.)

나는 이 실험을 환경이 급격히 변하는 한국사회에 도입시켜 생각해보았다.
어제 보았던 건물이 사라지고, 오늘 새로운 빌딩이 생기고,
어제 있었던 길이 사라지고, 오늘 새로운 신작로가 생기는 것 등이
우리의 심리적 노화를 빠르게 하는 건 아닐까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우리의 환경이 옛것을 그대로 지니고 있다면
우리는 역사성을 가지고 살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는 더욱 젋게 살수도
있겠다는 상상을 해보았다. 



참고로 1440년(세종)에 만들어져 1967년에 매립된 광주시내에 있었던
경양방죽 사진을 첨부한다. 이런 저수지만 광주시내에 있었다면 광주는
더욱 풍부한 문화성을 간직할 수 있었을 텐데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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