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와 교수들은 자신이 가르쳐야 할 내용을 최선을 다해 열심히 가르치는 것 만으로 자신의 소임을 다했다고
믿는 경향이 있다. 이는 이 시대에 가장 표준화된 교사(수)의 모습일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의 교육 문제, 학생들의 고통에 관심을 갖게되면 충분하다고 생각했던 교사의 역할에 대해
의심해봐야함을 느끼게 된다. 나는 교사의 역할을 잘 하고 있는가?
작년 내가 경험했던 두개의 일화를 소개해본다.


모대학 수업시간이었다.
가장 앞줄에 있던 남학생이 수업 초반부터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어른들도 가끔은 급한 일이 있을 경우 공적 모임에서 문자를 보거나, 답장을 하니
그 학생의 그런 행동도 이해할만한 것이었다.
그 시간이 길어지자 무엇을 하는지 그 학생 앞에 가서 살펴보았다.
그 학생은 열심히 게임을 하고 있었다.
그 학생과 잠시 눈을 마주치기 이삼초! 그 학생은 미동도 하지 않았고, 핸드폰을 숨기지도 않았다.
자신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인지, 교수에게 반응하는 것이 귀찮은 것인지 모르겠다.
나는 화를 억누르고 "넣어라!"라고 말을 했다.
그 학생은 느릿느릿 핸드폰을 넣었다.
내 자리로 가서 뒤를 돌아 학생들 보니 이미 엎드려 자고 있었다.


그 학생의 인격적인 면에 대한 비난을 떠나서
왜 저런 모습의 학생들이 만들졌는가에 대해 이해해보고 싶었다.
그에 대한 이야기를 더 하기전에 또 다른 경험 하나를 이야기해보자.


그로부터 몇 주 후에 모교도소에 강의를 하러갔다.
교도서 방문을 처음이라 강의 전날 여러 생각에 잠을 설쳤다.
영화에서 보았던 무서운 장면이 자연스럽게 상상이 되고
긴장감과 불안함이 잘 떨쳐지지 않았다.
그런 예상, 불안과는 달리 그날 강좌에서 만난 수용자(재소자)들의
태도는 매우 좋았다. 삼십여명의 수용자들은 정신분석에 대한 내용을 들으면서
자신의 생활과 연관된 질문들을 했다.
그 질문은 매우 실질적인 것이어서 나 자신에게도 도움이 되었다.



공부를 해야하는 대학에서 공부하려 하지 않는 대학생과 교도소에서 삶에 대한 문제를 고민하는 수용자의 상반된 태도에서
우리가 경험하는 교육의 문제가 심각함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앞에서 말했던 그 학생은 단지 그 학생만이 나쁜 것은 아니며
우리 시대의 학생들을 대표하는 것일 뿐이다.

학생들은 대학입학 이전에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에서도 자신이 진정 원해서
상위학교로 진학을 하고, 자신이 원해서 공부를 하지는 않는다.
우리는 학습과잉의 시대, 전반적인 타율학습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것이다.
공교육이 들어서던 시대에 학교에 대한 환상과 학습의 즐거움을 느꼈던 시대는
이제 전설이 되었다.
 
교육이 정상화되기 위해서는 공부를 간절히 원하는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
그러한 모습은 단지 성적을 높이는데 목표가 설정된 교육에서는 실현하는 것이
불가능할 것이며, 공부의 즐거움이 목표가 된 교육에서만 가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