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월이면 각 대학에서 신입생들이 입학하게 될 것이다.
신입생들의 입학시 모습을 보면 참으로 흥미롭다.
자신이 입학한 대학에 대해 자긍심을 느끼는 학생에서부터 자신이 있을 곳이 아니라는 듯
심드렁한 학생까지 입학에 대한 천차만별의 정서를 가늠해볼 수 있다.

얼마전 가깝게 알고 있는 학 학생이 삼수를 한 끝에 지역에 있는 대학에서
서울에 있는 대학으로 입성에 성공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 학생의 가족들은
모두 흡족해하고 즐거워했지만 나는 한편으로 씁쓸했다.

그 학생이 삼년전과 지금 얼마나 큰 실력의 차이가 있는것일까?
등급과 표준점수 등에서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니고, 더군다나 실력 자체가
상당한 차이를 보이는 것도 아니다. 단지 올해 시험을 잘 보았다는 정도일 것이다.

고등학교 졸업 이후 그가 학원가에서 삼년간 투자한 공부가 그에게 얼마나 큰
도움이 될 것인가? 단지 대학입학 이외에 그에게 주는 의미는 거의 없을 것이다.
공부를 단지 학교에서 성적을 받기 위한 것이 아닌 책을 읽고, 자신을 반성하고,
이전에 느끼지 못했던 세계에 대한 감성을 느끼고, 세계를 이해하는 것을 진정한
공부라고 생각한다면 그의 삼년간의 공부는 한 발자국도 공부에 다가가지 못한 것이다.

대학과 학과마저 자신의 흥미와 적성에 따라서 간것이 아니라
취업을 위해서 간 것이라면 초등학교에서 대학교까지 그의 공부는
자신의 삶을 위해서 헌신하는 공부가 아니라, 그의 삶을 배신하고 망가뜨리는 공부가 된다.

우리시대의 비극은 의미없는 공부를 당연한 것으로 생각하고,
학생들의 고통을 인내해야할 과정으로 여기는 무던함에서 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