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는 인간을 필요로 할까?
 
인간은 기계 만들었지만, 기계화는 인간 배척해
 
기사 게재일 : 2014-04-06
 
 
▲ 영화 `아이로봇’.
 
 
　우리는 자신이 그리고 인류가 끊임없이 노력하며 사는 것이 자신과 인간적 삶에 당연히 기여할 것이라고 의심 없이 살아간다. 그러나 인류 노력의 종착역에 인간이 존재할까? 또는 인간성이라는 개념이 살아남을까? 인간이 인간이라는 이유 때문에 존귀하다는 것은 우리의 희망사항이자 환상일 뿐이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유지할 수 있거나, 가깝게는 가족과 이웃의 삶을 일정부분 책임질 수 있을 때 인간으로 인정받을 수 있게 된다. 즉 인간은 생산적이 될 때만 인간으로서 가치를 인정받아 왔다.

　어떤 학자는 인류의 가장 큰 혁명이 산업혁명이나 인터넷혁명이 아니라 신석기 혁명이라고 한다. 인간은 자신의 몸만을 도구로 사용하다가 비로소 탈자연적인 최초의 도구를 갖게 되었고 그로 인해 동물의 상태에서 벗어나 아주 적은 양이지만 잉여생산물을 얻게 된다. 잉여생산물의 발생이 인간의 문화와 문명을 발달시킨 배후의 에너지원이었다. 도시의 지하에 미로처럼 얽힌 지하철도, 도시의 밤을 밝히고 생산시설을 작동하게 하는 원자력발전소도, 세계의 정보를 입수하고 교환하는 인공위성도 기본적으로는 인간이 자신이 먹을 것 이상을 만들어 내면서부터 가능해진 것이다. 인간이 기술자를 먹일 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인간이 종교인에게 봉헌할 수 있는 생산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인간이 문학을 창작할 수 있는 작가에게 줄 생산물을 만들어내지 못했다면 인간의 모든 문명과 문화는 불가능했다.

　

　AI(인공지능) 역습에 대비하라

　

　과거에 많은 잉여생산물을 얻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인간이 필요했다. 인류역사에서 노예제도의 역사는 길었고 현대인에게 그러한 제도는 인간의 가치를 훼손하는 미개한 것으로 인식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시대만큼 인간을 필요로 하던 시대는 없었다. 고대 로마시대의 노예제도가 잠시 사라진 뒤 15세기 포르투칼에서 부활한 노예제도는 1865년 미국하원에서 노예제도 폐지가 통과되기까지 지속되었었다. 그때까지 인간은 생산적 측면에서 매우 가치 있는 존재였다.

　남북전쟁은 노예해방이라는 인본적 가치가 개입된 사건이지만 한편으로는 농업혁명에서 산업혁명으로 전환을 알리는 역사적 경계이다. 인류는 산업혁명을 통해 인간의 가치를 새롭게 정의하였다. 처음에 기계장치를 만들 때까지는 인간이 필요했지만 그 이후에는 더 이상 인간을 필요로 하지 않게 되었다. 그래서 점점 노동자들의 고용과 임금은 감소하게 되었다. 인간이 기계에 의해 대체되는 첫 경험은 그렇게 시작되었고, 인간은 기계를 인간 가치의 적으로 보면서 `기계 파괴운동(러다이트운동)’이라는 저항의 흐름을 만들어내게 된다. 하지만 인간에 비해 수십, 수백 배의 효율을 가진 기계의 확장을 어떤 명분으로도 막을 수는 없었다. 공산권의 붕괴이후 전 세계가 자본주의화 되면서 인간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효율성이 되었다.

　인간과 기계의 대립은 자동화된 효율성이라는 명목으로 자연스럽게 묻혀버렸고, 아무런 문제가 없을 듯 하였다. 하지만 최근 급격한 기술의 발달은 새로운 인간과 기계의 대립문제를 맞닥뜨리게 했다. 혹자는 이를 제2의 러다이트 운동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재미있는 것은 제2의 러다이트 운동에 대한 예언을 노동자나 시민이 아닌 생산자 자신이 했다는 것이다. 그것도 세계 인터넷 강자인 구글과 구글이 인수한 인공지능업체의 회장이 말했다는 것이다.

　올해 초 구글이 인수한 영국의 AI(인공지능)업체 딥 마인드의 셰인 레그 공동창업자는 “AI(인공지능)는 이번 세기 인류의 가장 큰 위험요소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구글은 최근 두 달 동안에만 8개의 로봇 업체를 인수했는데, 각 업체는 인간의 두뇌(AI), 눈(카메라), 팔, 다리(바퀴) 등을 대체할 수 있는 회사이다.

　칼 프레이 옥스퍼드대 교수는 “회계사·비행기 조종사 등 현재 직업의 47%가 20년 내 사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고 한다. (한국경제, 2014.2.5.) 이는 아이로봇이나 터미네이터 등의 영화에서 보았던 세계가 그리 멀지 않았음을 말하는 것이다.

　혹자는 근대 산업화 과정에서 기계화·자동화 등이 일자리를 늘렸다는 이야기를 한다. 하지만 그것은 경제성장이 가능한 시대에 나타났던 일이고, 저성장에 접어든 국가들은 그로 인해 일자리가 증가하기보다는 급격한 실업자 증가와 노동의 질만 저하되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떤 직업들만 남게 될까? 앞으로 개발될 인공지능은 고도의 학습기능을 갖출 것이기에 인간이 학습할 수 있는 거의 모든 수단은 대체될 것이다.

　

　미래 살아남을 직업은 세가지 영역뿐

　

　앞으로 남게 되는 직업은 세 가지 영역뿐이다. 인간을 상대하는 직업, 기계가 하는 작업을 보조하는 직업, 창의적인 직업만이 살아남게 될 것이다. 인간을 상대하는 직업이란 서빙을 하거나, 영업을 하거나, 사람들을 보살피는 간호나 복지 같은 것을 말한다. 기계가 하는 작업을 보조하는 직업이란 자동화된 시스템 안에서 기계에 물건을 싣거나, 간단한 조립을 진행하거나, 생산된 제품을 검수하는 정도의 일들을 말한다. 아마 자동차 공장에서 조립을 했거나 하는 것을 보았던 사람은 어떤 의미인지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창의적인 직업이란 전에는 없었던 제품이나 서비스, 제도, 문화 등을 만들어 내는 것을 말한다. 책을 쓰고, 디자인을 하고, 정책을 만들어내는 것과 같은 것들이다. 그렇다고 한다면 현재 교육제도 특히 한국의 학교에서 하고 있는 교육내용은 미래에는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유물이 될 것이다. 대학이상의 고등교육을 받은 사람들은 더욱 직업선택의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다. 자신이 배운 지식이 거의 필요 없는 아마 초등학교 정도의 지식이면 할 수 있는 직업을 선택해야 하거나, 자신이 배운 지식으로는 처리할 수 없는 일을 요구하는 직장에 진입하지 못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국가는 정상적이고 미래에 발 빠르게 대처할 수 있을까? 아마 불가능할 것이다.

　한국의 정부와 대학은 입시 제도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내실도 없고, PISA라는 국제성취도평가에서 한국학생의 평균과 최상위권 학생의 숫자에만 신경을 쓰고 있다. 전국 어느 대학을 가보아도 대학정문에는 취업률 ○○%, 세계 ○○위 대학, 사법고시 ○명 합격 등의 요란한 현수막만 게시되어 있다. 중학교 이상이 되면 문학책 한권도 읽지 못하지만 문제집은 수백 권을 사서 풀어야 하는 교육에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사람, 창의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사람, 미래사회에 준비된 사람을 만들 수 있을까? 게임 이외에는 타인과 대화와 토론이라는 것을 해본 적이 없는 학생들이 이 사회를 민주적으로 이끌어갈 수 있을까? 국가와 정부는 기존의 기초학력에 대한 객관적 평가라는 패러다임에 갇혀서 그리고 정치적 이념에 대해 중립적이어야 한다는 명목으로 가치와 인성 그리고 교육을 분리함으로써 학생들의 성장 가능성을 막아 버리고 있다.

　최근 한국의 가장 큰 문제는 청년실업과 노령화이다. 한창 일해야 할 청년들의 8% 정도가 실업상태이며, 전체 실업자의 70만 명에서 절반에 가까운 30여만 명에 해당한다. 여기에는 장기간 공무원이나 고시 등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구직포기에 해당하기 때문에 포함되지 않는다. 이들에게 가장 많이 쏘아대는 비난은 `눈높이 낮추기’라는 말이다. 한번 성공은 대박이지만 한번 실패는 쪽박이 되는 이 무서운 세계에서, 승자와 패자의 삶이 하늘과 땅처럼 간극이 큰 이 세계에서, 패자부활전이 거의 불가능한 이 세계에서 그들에게 패자의 길을 걸으라고 하는 비정함을 가진 사람은 양심이라고 하는 것을 가지고 있는 것일까!

　

　생산적이지 않는 인간이 받을 취급은?

　

　아마 그렇게 먼 미래도 아닌 가까운 미래에는 사회는 생산적이지 않은 인간들의 가치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할 때가 올 것이다. 청년실업자와 노령자 그리고 언젠가 기업에서 퇴출되어 버린 사람들, 개인 사업을 하다 실패한 사람들, 일시적으로 자립할 수 없어 국가의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가치를 고민하는 시기가 올 것이다. 그리고 그러한 평가를 받게 되는 대상에 우리 중 어느 하나도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할 이유는 어디에도 없다. 더욱 비극적인 것은 우리의 미래 세대들은 그러한 평가에서 더욱 냉혹한 평가를 받을 것이라는 점이다. 이러한 비극은 벗어날 수는 없겠지만 조금이라도 피하는 길은 자녀에게 좋은 성적을 받아서 좋은 대학에 가라고 하는 것이 아니라 부모 스스로 인간의 가치는 무엇에 있는지 고민하고, 스스로 자신의 인간적 가치를 깨닫는데 있다. 힘들고 먼 길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