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석의 진로를 묻다]자녀가 선택한 진로, 반대말라
 
자녀 위해 부모가 하지 말아야 할 `3不’<2>
 
정의석 

기사 게재일 : 2014-08-18 06:00:00
 
 
 
　지난 회(7월14일자)에 부모의 직업을 자녀에게 물려주려 하지 말라고 했다. 조상으로부터 전승된 직업과 그 가치를 물려주지 말라는 의미가 아니라, 진로 선택에 의존적인 자녀를 만들지 말라는 의도에서 했던 내용이었다. 부모가 자녀의 진로에 대해 하지 말아야 할 두 번째 말로 “자녀가 선택한 진로를 반대하지 말라!”를 꼽았다.

　자녀들은 자신에 대해서 뿐만 아니라 사회 혹은 세상 물정에 대해서 모르기 때문에 잘못된 진로 선택을 할 가능성이 다분히 있다. 자녀들은 주변 사람들의 환상 가득한 이야기에 유혹되기 쉽고, 아주 지엽적인 한두 가지 측면만으로 전체를 평가하기도 한다. 이처럼 어린 자녀들이 진로에 대해 올바른 판단력을 지니고 있지 못할 수 있기에 부모는 자녀의 진로를 판단하고 조정해주는 역할을 하게 된다.

　

　부모들! 자신의 판단능력을 의심하라

　

　자녀들에 대한 진로선택에 대한 부모들의 판단과 조정역할이 잘 기능하기 위해서는 부모들의 진로와 관련된 판단능력이 잘 작동하는가를 살펴보아야 한다. 몇 가지 점에서 부모들의 판단능력을 의심해볼 수 있는데 첫째, 부모들은 기존의 사회적 가치체계에 지나치게 적응되어 있다. 예를 들어 보수와 안정과 같은 사회적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한다. 둘째, 부모들은 자신들의 미래에 대한 예측을 지나치게 낙관한다. 80년대 인기학과는 금융, 증권 관련 학과였다. 90년대 인기학과는 컴퓨터 관련 학과였다. 이런 학과들의 인기는 시대환경의 변화에 따라 급락하였다. 그 당시 부모들은 사회적으로 인기 있는 학과들의 보증기간이 지속될 것이라고 과신하였다. 셋째, 부모들은 직업의 성공/실패 여부를 지나치게 일반화한다. 교사라는 직업은 편하고 오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군인이나 경찰과 같은 직업은 힘이 들지만 장기적으로 오래 할 수 있는 직업이란 여긴다. 하지만 현장의 교사들은 학생지도의 어려움을 어느 시대보다 심하게 경험하고, 현장의 많은 군인과 경찰은 승진에서 뒤처지거나 누락되어 그로 인해 자신의 직업적 정체성에 어려움을 경험한다. 또한 매년 입대하는 신세대 병사들의 문화에 적응하지 못해 적절한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다.

　

　부모 반대시 쉽게 포기하는 아이들

　

　상담을 했던 한 대학생이 있었다. 그는 음악관련 전공을 하고 있었고, 그 전공에 대해서 매우 만족하였다. 하지만 그 대학생이 중학교 때 처음 정했던 진로는 미술이었다. 미술에 대해서 애착이 강했던 아들과는 달리 아버지는 매우 보수적이어서 자녀가 예술가가 되는 것을 수치로 생각하였다. 아버지는 아들의 미술장비를 버려버리거나 부셔버렸다. 이후 아들은 미래에 대한 꿈을 상실한 채, 아버지에 대한 원망을 가지고 인생을 낭비하고 있었다. 그러다 우연히 고등학교 음악선생님이 사물놀이를 알려주었고, 취미로 음악을 하면서 잃어버렸던 삶의 활력을 찾게 되었다. 그 대학생이 발견한 두 번째 직업 또한 아버지가 반대하였지만 이번에는 결코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그 결과 그는 집에서 쫓겨났고, 집에서 경제적 지원을 일체 받을 수 없게 되었다. 그는 그러한 어려움을 아르바이트를 통해서 힘들게 버티었고, 무사히 음악 전공학과를 졸업하게 되었다.

　대부분의 자녀들은 부모가 반대했을 때 자신에 대한 믿음이 부족하고, 부모들의 보호막이 없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크기 때문에 자신이 꿈꾸었던 진로를 쉽게 포기하곤 한다. 시간이 지난 후 그들 중 일부는 부모가 자신의 진로를 반대한 것을 고마워하기도 한다. 또 다른 일부는 부모가 반대했던 진로를 다시 회복하기도 한다. 나머지 일부는 결코 부모의 진로 반대에 타협하지 않고 자신만의 길을 간다.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성공과 실패를 선택할 수는 없다. 성공과 실패는 수많은 변인들의 종합적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의외로 우리는 자신의 삶에서 그다지 많은 선택을 할 수 없다. 삶에서 가장 중요한 진로마저도 선택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그것은 매우 슬픈 일이다.

　

　자문은 하되 결정은 맡겨라

　

　부모가 자녀에게 자신의 세상에 대한 경험과 지식을 전달하거나 자문해줄 수는 있다. 하지만 최종적 결정은 자녀에게 맡겨야 한다. 부모의 일방적인 반대로 인해 자신이 결정했던 진로가 좌절된 자녀들은 진로에 대한 방황의 시기를 심하게 겪는다. 모든 것에는 충분한 고려를 통해 일정한 포기의 과정이 필요한데 강제로 진로가 좌절되었으니 그에 대한 억울함과 분노를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힘들었을 것이다. 그들은 사춘기의 방황처럼 진로에서 심한 혼란을 경험하고, 새로운 진로를 무엇이든 거부한다. 왜냐하면 자신이 꿈꾸었던 것은 무엇이든 부모에 의해 좌절되었기에 또 다른 선택 또한 부모에 의해서 좌절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것을 예상하기 때문이다. 그들은 사회가 요구하는 진로를 대충 수용하고, 뒤처지지 않을 만큼만 공부하고, 부모에게 부끄럽지 않을 정도의 대학과 학과에 입학한다.

　이제는 자녀의 성공과 실패를 부모가 좌우할 수 있다는 기대를 버리자. 그것은 자녀의 몫이며, 사회의 몫이며, 일정 부분은 우리가 모르는 운명의 몫이다. 자녀에게 자신의 삶을 자신이 결정할 수 있다는 희망을 느끼게 해주고, 일정한 숙고와 시련을 경험한 후에 스스로 자신의 진로를 변경하도록 기다려주자. 대부분의 자녀는 자신의 진로선택이 잘못되었음을 누가 말해주지 않아도 스스로 깨닫는다. 자신을 지나치게 과신하지 말고, 겸손한 마음으로 가끔은 자녀를 믿고 자녀에게 세상에 대해 배워보는 것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