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격 아닌 적합한 진로 목표로
 
학과 선택 차분하게
 
정의석 기사 게재일 : 2014-11-17 06:00:00

       
 
　최근 뉴스를 들어보면 2015수능을 본 학생들에게 학부모와 교사들이 수고했다, 감사하다는 인사를 전했다고 한다. 65만 명에 달하는 수능 응시자들은 그들의 수고와 결과를 뒤로 하고 이제는 학과와 대학 선택이라는 가장 중요한 관문을 눈앞에 두게 되었다. 그들은 이제 초등학교에서 고등학교까지 이르는 총12년의 교육과정을 마치고, 비로소 세분화된 전공에 입문하게 된 것이다.

　수시에 학과와 학교를 지원했던 학생들 이외에 정시를 준비했던 학생들은 12월 초 수능결과가 나오고, 대학에 원서를 제출하는 12월 중순까지 약 한 달 안에 학과와 학교를 정해야만 한다. 수능을 보기 이전에 진로결정을 했을 것이라는 예상과는 달리 고등학교 학생들과 보호자들은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도 진로를 결정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수능을 볼 때 까지 공부부터 열심히 하고, 성적부터 올리자는 생각 때문에 진로결정을 미루게 된 경우가 많다. 그러다보니 수능이후부터 원서를 접수하기까지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에 성급히 진로를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학생과 보호자는 수능 이후 차분히 생각하면 될 것이라고 믿었지만 막상 수능을 마치게 되면 마음이 급해져서 적성과 전망 등을 종합해서 고려하기보다 합격이라는 것만을 생각하게 된다. 그들은 막다른 선택에 밀려서 어쩔 수 없이 선택을 해야 하는 상황인 것이다. 이럴 때일 수록 차분한 자세가 필요하다.

　

 　흥미·적성 배려없는 선택, 학업 불성실로

　

 　장기화된 어려운 취업률은 대학으로 하여금 취업이 잘되는 학과를 신설하거나, 학과명을 수정하게 하였다. 이는 사립대학들이 줄어든 입학생수를 확보하고자 하는 의도도 깔려있다. 이러한 학과들은 대체로 안전해보이며, 모집하는 학생 수도 대단위이다. 대표적인 것이 공무원학과, 경찰(행정)학과 등의 이름을 가진 학과들이다. 학생이나 보호자는 대학학위도 딸 수 있고, 공무원 준비도 할 수 있으니 일석이조라는 느낌으로 그러한 학과를 지원하곤 한다. 그러한 학과 학생들을 상담하다보면 명확한 목표의식이 없이 대학에 입학하였기 때문에 학업을 성실하게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한 학생들이 보여주는 또 다른 특성은 흥미나 적성 등을 고려하지 않고 학과를 결정했기 때문에 진로에 대한 고민을 졸업할 때까지 지속한다는 점이다.

　또한 대학상담실에서 진로와 취업상담을 하다보면 그와 유사한 사례를 적지 않게 만난다. 자신의 진로에 대해서 고민하는 4학년 예비 졸업생들이다. 그들 중 일부는 자신의 전공과 관련된 취업을 할 의지도 없고, 준비도 되어 있지 않아서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에 대해서 물어본다. 그들은 모두 인디언 유머에 나오듯 “어디인지 모르지만 빨리는 도착하게 된 것”이다.

　부모들과 학생들이 이러한 결정을 하게 되는 것은 인지적으로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그들은 한 달 안에 학과 및 학교를 결정해야 한다는 시간적 압박을 받는다. 그렇기에 안정적인 결정을 하려는 강한 경향을 갖게 된다. 자신에 영향을 준 환경적 영향을 인식하지 못하는 것이다. 그들은 기존에 자신이 고려했던 진로가 자신에게 가장 적합할 것이라는 믿음을 갖게 되고, 그러한 믿음을 스스로에게 강화시킨다. “그 과는 이런 점에서 나하고 잘 맞아.” 반면에 의사결정과정에 꼭 필요한 그 과가 자신에게 맞지 않은 점은 고려해보지 않는다.

　이러한 실수를 하지 않기 위해서는 자신에게 맞다고 생각한 것을 다시 처음부터 의심해볼 필요가 있다. “예전에 내가 생각한 전공이 정말 나에게 맞을까?”라고 생각해봐야 한다. 이러한 생각을 현실적으로 잘 이끌어 가기 위해서는 기존에 자신에 대해서 알고 있는 제한된 지식만으로 평가 작업을 해서는 예전과 같은 결론만을 맺기 쉽다. 의사결정을 효과적으로 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데이터’가 필요하다. 새로운 데이터, 정보는 적극적 노력을 해야만 알 수 있다. 자신의 경험과 주변 사람들이 주는 제한된 정보 안에서는 결코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좋은 정보를 얻을 수 없다.

　

 　이젠에는 생각 못한 엉뚱한 발상을

　

 　최근에 대학들을 전공에 대한 구체적 정보를 제공하려는 노력을 많이 기울이고 있다. 특정 학과에서 자신들의 전공이 무엇을 하는지 설명과 체험 등을 해볼 수 있는 진로체험교실이 있다. 예를 들어 성균관대 심리스쿨이나 한국외국어대학교 외교스쿨 등이 있다. 이러한 체험교실은 언론사, 입시기관 등과 공동으로 주최하기도 하고, 학교단위로 개별적으로 하기도 한다. 관심 있는 학과가 있다면 해당 체험 기회를 가져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만일 이러한 기회를 갖는 것이 시간과 비용적인 측면에서 부담이 된다면 관심을 가지고 있는 학과 교수님 중 한분에게 메일을 보내거나, 학과사무실에 문의를 하여 학과전공과 진로에 대해 안내를 해줄만한 학과생을 소개받을 수 있다. 자신이 관심 있는 학교와 학과학생에게 직접 전해들은 이야기만큼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는 없다. 물론 개인의 경험에 따라 정보에 왜곡과 편차가 있을 수 있다. 이러한 문제는 몇 명의 사람에게 추가적으로 정보를 얻거나, 입시안내서와 같은 일반화된 정보와 비교해보면 어느 정도 피할 수 있을 것이다.

　한 달 후 수능을 본 학생들이 대학합격을 반가운 것으로 느끼지 못하고, 떠밀린 선택이나 잘못된 선택으로 느껴서 후회하지 않기를 바란다. 또한 선택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고는 있지만 다른 대안을 선택하기가 두려워 잘못된 선택을 유지하면서 인생을 낭비하지 않기를 바란다. 이 짧은 기간 자신의 선택이 당연하다는 생각을 버리고, 이전에는 생각하지 못한 전혀 엉뚱한 선택을 하더라도 최대한 적극적인 노력으로 진로를 고민해보길 권한다. 이 과정에서 부모도 자신의 욕심을 내려놓고 자녀의 선택에 귀 기울이고 지지할 필요가 있겠다. 오로지 입학, 대학생이라는 것에만 신경을 쓰게 되면 앞으로 4년 후에 닥칠 암담한 결과를 예상하지 못할 수 있다. 급할수록 돌아가라는 옛말이 있다.

정의석 <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인문지행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