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락한 교육! 수험생에게 위로를
 
정의석 기사 게재일 : 2014-12-15 06:00:00

       
 최근 대합입시 수시결과가 발표됐다. 그 결과에 따라 수험생과 그 가족들의 희비가 엇갈렸다. 선호대학에 자녀가 입학한 부모들은 더욱 당당해졌고, 자녀가 그렇지 못한 대학에 입학하거나, 자녀가 대학에 불합격한 부모들의 어깨는 내려 앉았다. 그래서 어떤 부모들은 대학 합격이 자녀가 부모에게 할 수 있는 유일한 효도라는 말까지 하곤 한다. 학생들과 그 가족까지 전국적으로 줄 세우기가 시작되고 그 결과 사람의 등급과 가치가 결정되는 폭력적이고 비극적인 상황을, 묵묵히 자신만의 책임인양 견디고 있는 모습이 애처롭다. 우리가 이러한 비극적 상황을 벗어나기란 현재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각 개인의 신념과 지혜만이 각개전투처럼 자신이 처한 구조적 비극을 일부 벗어나게 할 수 있을 뿐이다.

　

 　학생·부모까지 전국적 줄세우기

　

 　이러한 개별적 전투에서 염두에 두어야 할 개념 중 첫째는 `교육=학교’라는 등식을 벗어나는 것이다. 이러한 공식은 대학도 해당된다. 대학은 인간답게 살기 위한 의미의 교육적 가치는 잊어버린 지 오래 되었다. 마치 사고를 당한 후 기억상실에 빠진 환자와 같다. 이미 전국에 모든 대학은 취업전문학원이 되어 버렸다. 우리는 이것을 당연하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교육의 타락’이라고 불러야 할 것이다. 이러한 교육의 타락이 우리의 자녀와 학생들 그리고 미래세대를 고통에 빠지게 하고 있는 것이다. 모든 죄에는 그에 따른 자신만의 벌이 따른다. 이제 입시는 새로운 교육 기회를 찾아가는 과정, 자신의 잠재력을 꽃피우는 과정이 아니라 전략이 되어버렸다. 대학선택은 유명입시학원, 한국대학교육협의회, 시도 교육청, 학교 진로진학담당교사, 대학이 제공하는 자료를 자신의 성적과 비교하면서 자신이 가지고 있는 성적으로 가장 효용가치가 큰 대학과 학과를 선택하는 기계적이고 전략적 과정일 뿐이다. 그러한 선택과정에는 여유로움과 즐거움과 인간이 맛이 결여되어 있다.

　우리가 입시의 폭력적 상황에서 벗어나기 위해 염두에 두어야 할 두 번째 덕목은 교육의 타락에는 인간정신의 타락이 배후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들이 처한 교육상황을 역설적 비극이라 칭할 수 있다. 국민 각자가 자녀의 안정적 삶을 희망하며 수고하는 것이 사회적 차원에서 자신에게 엄청난 수고와 고통을 안겨준다. 다른 사회라면 부모가 자녀의 삶을 위해서 하는 노력이 사회에 긍정적 기여로 나타나는 경우가 많다. 이처럼 한국은 개인의 소망이 사회적 행복이 아닌 사회적 비극으로 되는 모순이 발생하고 있다. 이러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은 교육 자체의 문제라기보다 경제체제에 문제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교육문제에 대한 논의에서 경제문제를 포함시키기를 꺼려한다. 한국경제가 대기업 중심이 아닌 중소기업이 중심이 된다면, 기업의 크기와 직업의 종류에 따라서 보수의 차이가 크지 않다면, 불안정한 비정규직이 적다면 많은 학생들은 대학보다는 실업계 고등학교나 직업전문학교에 입학할 것이며, 대학의 입시경쟁이 낮아지고 대학의 순기능을 찾게 될 것이다. 물론 그렇게 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 인간정신의 타락의 대가로 얻고 있는 단맛을 포기하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자신 선택 전공에 대한 확신이 필요해!

　

 　이처럼 구조적인 서열과 등급의 입시체계에서 상처받지 않고 그 과정을 이겨내기 위해서는 자신이 선택한 전공에 대한 확신이 있어야만 한다. 그리고 그 전공에서 삶의 목적과 가치를 느끼고, 자신의 성취를 맛볼 수 있어야 한다. 비록 제 3자가 보기에는 자신의 흥미와 가치에 근거하여 선택한 당신과 단순히 대학입학자체를 위해 입시준비를 하고 있는 학생과 차이를 발견할 수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당신의 선택은 무엇보다도 자기 자신을 당당하게 만들 것이며, 자신이 선택한 전공영역의 사회적 기능과 가치를 돋보이게 할 것이며, 당신이 선택한 학교 또한 사회적으로 순기능을 하게 할 것이다.

　한국과 같은 입시체계는 합격여부와 상관없이, 선호대학합격과 상관없이 모두가 피해자이자 패배자이다. 비록 학생들이 사람들이 알아주는 인기대학에 합격하지 못했더라도 그는 태어나서 20년 가까지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고, 시험공부도 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부모도 자녀가 좋은 성적을 얻도록 도와주기 위해 어렵게 마련한 월급을 학원비, 과외비, 교재비 등에 투자하지 않았던가? 그들의 각자의 상황에서 사회에 적응하고자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했다고 봐야하지 않을까? 우리는 입시에서 자신이 원하는 결과를 얻지 못한 학생, 불합격한 학생들의 노력을 인정해줘야 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삶이 실패한 것 같은 불편한 느낌이 어디에서 시작하는지 생각해보고, 한국의 비극적 입시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개인적으로 어떤 노력을 해야 할 것인지 깨닫게 되기를 바란다.

정의석 <미래학습상담센터 소장/인문지행 교수>

 
태어나서 20년 가까지 다른 학생들에게 뒤처지지 않기 위해 학교에 다니고, 학원에 다니고, 시험공부도 한다.<광주드림 자료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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