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분의 교수님이 생각난다.

한 분은 기계공학과 교수님이었다.
유학가서 아파트 욕실의 물빠짐이 한국과 달리 좋았던 이야기를 하시면서
수업을 시작하셨다.(바닥기울기 시공이 정확하다는 이야기)
지금 생각나는 스토리는 그것뿐이지만 자주 자신의 경험과 교과 주제를 연결하셨다.

한분은 철학과 교수님이셨다.
암수술 후 교단에 다시 돌아오셨다는 이야기를 전해 들었다.
그분은 이론적 내용을 전달하기보다 자신이 중요하다고 여기는 부분을 피를 토하듯 말씀하셨다.
예를 들어 소크라테스가 '콩'을 왜 먹지 말라고 했는지 아느냐고 질문했다.
학생들이 아무 답이 없자, 너무 오래살지 말라고 그랬다고 스스로 답을 하셨다.
생뚱맞은 질문과 답이었지만, 너무나 진지하게 이야기하셔서
누구도 다시 질문하거나, 부정할 수 없었다.
수업이 계획서에 맞게 잘 진행되지 않았지만, 왠지 정감 가는 분이었다.

전공과 무관하게 수업을 하나의 스토리텔링으로 생각해볼 수 있다.
지나치게 이론적이며 형식적인 수업은 교수도 학생도 지루하다.
주제와 연관된 것을 미리 준비해갈 수도 있지만,
그날의 상황, 학생의 반응, 교수의 자연스러운 연상 등에 개방적이 되어(즉시성을 활용하여)
개인적 스토리를 적절히 삽입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학습에 대한 몰입과 함께 교수-학생의 인간적 관계형성 등에도
긍정적 도움이 된다.
단, 지나치게 길거나 주제에서 벗어난(삼천포로 빠지는) 등의 실수를 주의해야 할 것이다.
학생들도 안다. 대충 수업을 떼우려는 것인지!